정호승 - 철길에 앉아
철길에 앉아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철길에 앉아 그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 멀리 기차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기차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코스모스가 안타까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기차가 눈 안에 들어왔다. 지평선을 뚫고 성난 멧돼지처럼 씩씩거리며 기차는 곧 나를 덮칠 것 같았다.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낮달이 놀란 얼굴을 하고 해바라기가 고개를 흔들며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이대로 죽어도 좋다 싶었다.*진행형이니, 제발 그 결과를 묻지 말라.
다른이의 시::.
2007. 4. 16. 12:26
고정희 - 사랑법 첫째
그대 향한 내 기대 높으면 높을수록 그 기대보다 더 큰 돌멩이 매달아 놓습니다. 부질없이 내 기대 높이가 그대보다 높아서는 안 되겠기에 내 기대 높이가 자라는 쪽으로 커다란 돌멩이 매달아 놓습니다. 그대를 기대와 바꾸지 않기 위해서 기대 따라 행여 그대 잃지 않기 위해서 내 외롬 짓무르는 밤일수록 제 설움 넘치는 밤일수록 크고 무거운 돌덩이 하나 가슴 한복판에 매달아 놓습니다. 사랑에 관한 수많은 시를 읽고 가르치곤 하지만, 시인들이 이야기하는 대로, 그대로 실현할 수 있었던가.... 속마음을 들킨 듯 섬칫 놀람도 그것 뿐. 나는 나대로의 사랑법을 익히지 않았던가... 말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건가 보다. 지독히 외로운가 보다. 지금 나는.
다른이의 시::.
2007. 4. 13.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