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올 때는 두 팔 벌려 안고 갈 때는 노래 하나 가슴속에 묻어놓을 것 추우면 몸을 최대한 웅크릴 것 남이 닦아논 길로만 다니되 수상한 곳엔 그림자도 비추지 말며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지 말 것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아예 하지도 말며 확실한 쓸모가 없는 건 배우지 말고 특히 시는 절대로 읽지도 쓰지도 말 것 지나간 일은 모두 잊어버리되 엎질러진 물도 잘 추스려 훔치고 네 자신을 용서하듯 다른 이를 기꺼이 용서할 것 내일은 또 다른 시시한 해가 떠오르리라 믿으며 잘 보낸 하루가 그저 그렇게 보낸 십년 세월을 보상할 수도 있다고, 정말로 그렇게 믿을 것 그러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더라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식사를 끝내는 것 만큼 힘든 노동이라는 걸 고개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남기는 법을 소리를 내면 안돼 수저를 떨어뜨려도 안돼 서둘러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허기질수록 달래가며 삼켜야 한다는 걸 체하지 않으려면 안전한 저녁을 보내려면내가 잘 하지 못하는, 아니 제일 하기 싫어하고 일부러 만들지 않는 상황이 있다면 그건 혼자 밥 먹는 일일게다. 대식구로 살았던 어린 날에 대한 추억 때문도 아니고, 어느날 마주친 혼자 밥상을 대한 날의 그 공허함과 무거움이 함께했던 어정쩡함을 기억하기 싫은 것도 아니고, 그냥 오롯이 밥에만 집중해서 먹어야 하는 게 싫다. 완벽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