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 풍 경달다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 마음이 찾아갈 줄 알아라 * 박해석 - 사랑 속잎 돋는 봄이면 속잎 속에서 울고 천둥치는 여름밤이면 천둥속에서 울고 비오면 빗속에 숨어 비 맞은 꽃으로 노래하고 눈 맞으면 눈길 걸어가며 젖은 몸으로 노래하고 꿈에 님보면 이게 생시였으면 하고 생시 님보면 이게 꿈이 아닐까 하고 너 만나면 나 먼저 엎드려 울고 너 죽으면 나 먼저 무덤에 들어 네 뼈를 안을 *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이곳도 하늘이다. 사랑하는 이의 뼈를 안고서 한없이 웃고 있을 것 같다.
다른이의 시::.
2007. 5. 30. 21:58
정호승 - 철길에 앉아
철길에 앉아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철길에 앉아 그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 멀리 기차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기차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코스모스가 안타까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기차가 눈 안에 들어왔다. 지평선을 뚫고 성난 멧돼지처럼 씩씩거리며 기차는 곧 나를 덮칠 것 같았다.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낮달이 놀란 얼굴을 하고 해바라기가 고개를 흔들며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이대로 죽어도 좋다 싶었다.*진행형이니, 제발 그 결과를 묻지 말라.
다른이의 시::.
2007. 4. 16. 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