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식사를 끝내는 것 만큼
힘든 노동이라는 걸

고개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남기는 법을
소리를 내면 안돼
수저를 떨어뜨려도 안돼

서둘러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허기질수록 달래가며 삼켜야 한다는 걸
체하지 않으려면
안전한 저녁을 보내려면

내가 잘 하지 못하는, 아니 제일 하기 싫어하고 일부러 만들지 않는 상황이 있다면 그건 혼자 밥 먹는 일일게다. 대식구로 살았던 어린 날에 대한 추억 때문도 아니고, 어느날 마주친 혼자 밥상을 대한 날의 그 공허함과 무거움이 함께했던 어정쩡함을 기억하기 싫은 것도 아니고, 그냥 오롯이 밥에만 집중해서 먹어야 하는 게 싫다. 완벽하게 혼자라면 밥을 무시하겠는데 타인이 함께 있을 때는 어렵다. 눈길을 피하는 것도. 음식을 잘게 씹어 목구멍을 넘어가게 만드는 것도... 밥 먹기도 힘든게 solo라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