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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반::

용훈이를 위하여

올레 2010. 4. 23. 20:18

용훈이를 위하여


오늘, 나는 용훈이를 위해 글을 쓰고자 한다.


용훈이는 지금 교실에 없다.

연락도 없다.

전화도 꺼져 있다.


학교에서 나가기 전에 그래도 샘한테 와서 허락받는다고 씩씩대면서 왔었다. 잘하려 해도 뭐라고 하고 못해도 애들이 뭐라고 한단다. 아이들이 체육대회 예선에 몰두한 나머지 실력이 떨어지는 용훈이를 닦달하다 못해 볶아대고 욕설까지 퍼부었나보다. 할말이 없었다.


키큰 용훈이가 키작은 담샘에게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병원가겠다고 했다면.

담샘은 짐작한다. 큰일이 있었던 거라고. 샘이랑 약속한게 있어서 그렇지. 도망쳐서라도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임을.

그래도 또 달랜다. 용훈이가 착하니까. 그저 용훈이에게 참아달라고 할 뿐이다.


우리 용훈이는 바보다.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라 너무 착한 녀석이다.

너희들은 요훈이가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뭐든 실실 웃고 넘겨서 그래서 바보라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샘은 용훈이가 착해빠져서 바보라 생각한다.

너희들은 알른지. 용훈이는 많이 애쓴다. 8반의 구성원으로, 담임의 제자로 서기 위해 무던히도 애쓴다. 그래도 잘못하는 일도 생기도 성에 차지 않는 일도 생긴다. 그때는 자신이 정한다. 매를 맞아서 고치겠다고 한다. 그래서 난 용훈이가 좋다.


웬만한 녀석들은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자 애쓴다. 그다음에 변명이다. 그담엔 감정싸움한다. 그런 친구들이 많은데 용훈이는 다 자기 잘못이라고 한다. 진짜 자기잘못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다. 그런데 용훈이는 한다.


용훈이와 이야기를 하면서 놀란 점 하나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용훈’스럽게도 남에게로 쏠려있는 녀석이다. 어쩌면 스스로 많이 부족함을 알기에 자신을 낮추는 몸짓일 수도 있다. 자기중심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뭐든 그 아이의 생각부터 한다. 그래서 놀랐다. 요즘 세상에 자기를 챙기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잘난 놈부터들 자기중심으로 살아가는데 우리 용훈이는 딴 사람 처지부터 생각한다. 그래서 남다르다.


용훈이가 학과 공부는 못해도 인생공부는 남보다 많이 앞서는 것 같아 너희들이 배웠으면 한다. 그러면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듬고 채워주는 세상살이를 또한 배웠으면 한다. 남자들의 눈물은 별거 아니라고 넘겨버릴 수 있지만, 오늘 본 눈물은 그 의미가 참 컸다.


우리 19살 봄과 여름 사이에 일들이 많구나. 작은 일도 잘 챙기고 기억하면서 여름을 지내고 가을을 맞이했으면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