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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선::.

화피(畵皮,painted skin)

올레 2008. 10. 27. 13:23

천녀유혼과 비할 것은 없고,
사랑에 대한 새로운 탐색이 나온 것도 아니고,
여러줄로 엇갈리는 삼각관계를 모태로,
단순한 선악의 대립에서,
갑작스런 악의 반성,

그런데도..로미오와 줄리엣보다 좋았던 것은
영화여서...ㅋ

1. 옛사랑이 더 절절하다거나 순수하거나 사랑의 진면목을 보여준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다.
옛사랑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회자되는 것은 과거로서 변형되지 않은-그러나 숱하게 변형이 가능한-구조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천녀유혼의 애달픈 사랑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안타까운 엇갈림 모두 과거이기에 우리는 즐길(!) 수 있는 것이다.

2. 우리가 현재의 이야기를 하는데 어려워하고 혹은 어설픈 것은 항상 변하기 때문-그러나 절대로 가정이 통하지 않는 현재의 상황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진정 사랑이었는지는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흔한 말처럼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니까..

3. 사랑의 전설이라.. 2천년이란 시간은 사랑을 농익게 하는 걸까? 영화를 보는 줄곧 유치함을 떨칠 수 없는 것은 그런 감정주의적 사랑이 불가함을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선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넣는 것이 쑥스럽기 때문일지도.

4. 서사구조만 본다면.(하나의 사랑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사랑은 두 사람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한쪽에 선택받지 못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그는 또 늘 자신의 사랑을 위해 같은 자리를 맴돌아야 한다.
-사랑은 자신의 꿈이나 이상(그것이 영생이라고 할지라도)보다도 귀한 것이다.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이라면^^;  요괴가 장군을 위해 자신의 생(生)을 버린 것은 누구의 사랑을 위한 것인지.
-요괴를 사랑하는 또다른 요괴. 그는 생(生)의 수단을 제공하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자로 머문다. 사랑은 그렇다.
-사랑은 어쩌면 백번을 떨어져도 죽지 않는 고양이와 같은(여우가 아니라-) 끈질김이 있고, 카멜레온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화피가 아닐까..

....감독은 해석 가능한 상징이 아닌, 존재하는 상징의 나열로 영화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