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다른이의 시::.

김광규 - 희망

올레 2008. 10. 22. 21:26
희망이란 말도 엄격히 말하면 외래어일까.
비를 맞으며 밤중에 찾아온 친구와 절망의 이야기를
나누며 새삼 희망을 생각했다.
절망한 사람을 위하여 희망은 있는 것이라고
그는 벤야민을 인용했고, 나는 절망한다
그러므로 나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데카르트를 흉내냈다.
그러나,
절망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 유태인의 말은 틀린 것인지도 모른다.
희망은 결코 절망한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희망에 관해서 쫓기는 유태인처럼
밤새워 이야기하는 우리는 이미 절망한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희망을 잃지 않은 것일까.
통근이 해제될 무렵 충혈된 두 눈을
절망으로 빛내며 그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다.
절망의 시간에도 희망은 언제나 앞에 있는 것.
어디선가 이리로 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싸워서 얻고 지켜야 할 희망은 절대로 외래어가 아니다.
*나는 절망하는 것도 아닌데 희망도 환하게 바라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