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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오로지 시만을 생각하고
정치가는 오로지 정치만을 생각하고
경제인은 오로지 경제만을 생각하고
근로자는 오로지 노동만을 생각하고
법관은 오로지 법만을 생각하고
군인은 오로지 전쟁만을 생각하고
기사는 오로지 공장만을 생각하고
농민은 오로지 농사만을 생각하고
관리는 오로지 관청만을 생각하고
학자는 오로지 학문만을 생각한다면

이 세상이 낙원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시와 정치의 사이
정치와 경제의 사이
경제와 노동의 사이
노동과 법의 사이
법과 전쟁의 사이
전쟁과 공장의 사이
공장과 농사의 사이
농사와 관청의 사이
관청과 학문의 사이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으면 다만

휴지와
권력과
돈과
착취와
형무소와
폐허와
공해와
농약과
억압과
통계가

남을 뿐이다




성과급..문제를 생각하다가 '사이'를 생각하다가 교사와 성과급 사이에는 무엇이 남을 것인지가 궁금해졌다. 동료교사가 평가기준의 애매성에 대해 심각해질 때, 나는 또 그러거니 바라보기만 했다.(어쩌면 지금 읽고 있는 '노자이야기'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내 침묵의 근원을 생각하니, 작년 성과급에 대해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전에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늘 좋은 성과급을 받지 않았음에도 마음 한쪽의 티끌만 남기곤 그대로 잊었다. 올해, 또 마음이 무겁다. 그런데도 가만히 있다. 무엇의 문제일까. '돈'의 문제인가? 정당한 대가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일까? 다시금 나와 나의 성과급 사이를 생각하다가 그 사이는 휴지인지 권력인지 돈인지 착취인지 폐허인지 공해인지 농약인지 억압인지 통계인지 궁금해하다가..... 잠시 휴지,를 두고 권력임을 돈임을 착취임을 폐허임을 공해임을 농약임을 억압임을 통계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