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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이의 시::.

이시영 - 호명

올레 2007. 6. 25. 14:07

한 번 불려간 것들은 다시는 오지 않는 것인가
내 등 두드리며 여기 서서 기다려라 하고 간 바람은
산 넘고 물 건너가 다시는 오지 않는다
대수풀에 머문 구름에게 물어도
구름 위에 날개 접은 솔개에게 물어도
바람이 한 번 간 곳 알지 못한다

한 번 불려진 별들은 다시는 빛나지 못하는가
간밤에 불려진 한 별
큰 눈으로 지상을 굽어보며 빛나다가
새벽 하늘가로 스러져서는
다시 빛나지 않는다

한 번 흔들린 풀들은 다시는 멈추지 못하는가
제 선 자리를 확인하기 위해
한 번 고개 돌린 풀들
다시는 고개 돌리지 못하고 서서 흔들리다가
누군가의 찬 낫에
이슬을 흘리며 쓰러진다

한 번 눈 부릅뜬 것들은 다시는 눈뜨지 못하는가
여름 잎사귀에 눈 부릅뜬 햇살 하나
잎사귀를 녹이며 구르다가
돌 위에 떨어져 돌을 태우고
다시 눈뜨지 못한다

한 번 불려진 것들은 다시는 불려질 수 없고
한 번 대답하고 돌아선 것들은
다시는 이전의 것이 될 수 없는가

*불확실성의 원리
 누군가 렌즈를 들이대는 순간 세계는 변한다.
 한번 불려진 것은 다시 온전히 그대로 다시 불려질 수 없고,
 한번 흔들린 풀들은 다시 멈추지 못한다. 멈춤은 더이상 과거의 멈춤이 아니다.
*'너를 부르마'를 듣다가 언제까지 부를까 생각하다 잠시 헛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