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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부르마
불러서 그리우면 사랑이라 하마
아무 데도 보이지 않아도
내 가장 가까운 곳
나와 함께 숨 쉬는
공기(空氣)여
시궁창에도 버림받은 하늘에도
쓰러진 너를 일으켜서
나는 숨을 쉬고 싶다.
내 여기 살아야 하므로
이 땅이 나를 버려도
공기여, 새삼스레 나는 네 이름을 부른다.
내가 그 이름을 부르기 전에도
그 이름을 잘못 불러도 변함없는 너를
자유여.

*대학 1학년 때 이 노래를 들었습니다. 대학생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시대가 참 어정쩡했던 91년. 선배들의 투쟁도 재수강과 복학과 휴학이라는 제도 속에서나 조금씩 알게 되었던 때였습니다. 만약 그때 한달만 더 무미한 생활이 지속되었다면 나역시 무미한 생활 끝에 곱게 졸업하고 세상에 나왔을 것입니다.
벚꽃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어떤 길을 걷거나 버스창 밖으로 바람을 맞거나, 꽃에 얼굴을 묻어도 그 모든 게 대학의 낭만이라고 생각하던 때였기에 그 아름다운 4월 마지막날에 나와 같은 91학번 강경대의 소식은 충격이었죠. 대학생이라고 해도 저에게 세상은 어떠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아무일없이 흘러가는 게 제일 좋았죠. 그러다 저와 같은 학번인 경대의 죽음을 보게 됩니다. 뭣도 모르는 제게 '이래서는 안된다'라는 걸 알게 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종일 거리에서 손을 들고 외쳐댔죠. 눈물도 흘렸고, 땀도 흘렸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거대한 적을 향해서. 돌도 날랐고, 꽃불도 운반했습니다. 그리고 눈물과 콧물와 침을 미친놈 뒤집어지듯 흘리면서 최루탄을 피하기도 했더랬습니다.
*결국에는 보이지 않는 적이 조금은 상처를 받았기를 기대하면서 대학건물 구석에서 선배들과 술을 들이킬 때였습니다. 그 자리에 선배가 왔습니다. 말없던 선배가 주위 선배들이 노래를 청하자 잠시 머물다 불렀습니다. 선배의 얼굴을 자주 보지도 못했고, 같은 공간에서 활동했던 바도 아닌지라 별 관심없이 듣기만 하다가 노래가락에 온몸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조그마한 체구에서 선배는 너무가 큰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자유와 민주와 생명과 사랑을 울부짖는 것은 감히 나같은 평민이 할 수 있는 것일까 생각했었습니다. 위대한 시인이나 정치가들이 하는 소리였는데 옆 사람이 노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노래가 끝난 후에도 선배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그냥 얼굴만 기억했습니다. 그 선배가 같은 과 3학년이었던 것도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던 참 주변머리 부족했던 대학 1학년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사람을 알게 했고, 사랑하게 했고, 세상에 나가는 용기를 불러주었고, 세상으로 조금은 더 따뜻한, 뜨거운 눈을 가지게 했던 노래였습니다.

**가끔은 과거의 일을 정리해보는 것이 현재를 견디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