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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금단의 열매

올레 2006. 11. 1. 20:13

어느 학교에서 11월 3일 학생의 날을 맞이해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작은 선물(사탕이나, 책갈피겠지만...^^;)을 준비해서 돌린다는 생각에 교장선생님을 만나 말씀드렸다고 합니다. 작년에도 학생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선생님은 너희들을 사랑한다'는 입간판을 달았었는데, 교장선생님은 이게 못내 마음에 걸리셨나 봅니다. 올해는 특정 단체의 주도하에 그런 행사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답니다. 특정단체란 전교조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학교 전체 교사의 이름으로 진행할 것이며 이렇게 되면 '학생의 날'의 좋은 취지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니 허락주십사 말씀드렸답니다. . 그랬더니, 사탕은 몸에 안좋으니 하지 말았으면 좋겠고 입간판도 교육부 공문으로 학생의 날 행사를 하라는 지시가 없었으니 하지않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하셨답니다.
결국 아무리 좋은 취지의 행사라고 해도 전교조가 주관하는 것은 별로 원하지 않는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이셨다는군요.

*교장선생님께서 전교조의 활동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고 난감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이해합니다. 사실, 현재의 상황 속에서 사회의 기준에 부합되게 아이들을 키워내서 내보내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학교경영자의 욕심과 자율적이고 인간적인 아이들을 길러내고자 하는 (전교조)교사의 희망사이에는 많은 괴리가 있는 게 사실이잖습니까. 격차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대화와 타협입니다. 부정하고 거부하고 외면한다고 해도 환경은 바뀌고 있습니다. 학생의 날을 축하하고 너희들의 힘이 우리 역사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가르치는 것도 교사의 몫이 되는 사회입니다. 결론을 정해놓고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본다면 대화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겠지요. 저는 경영자와 피경영자의 만남에 있어서 경영자는 항상 아랫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학급경영을 할때 우선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서 담임으로서 느끼는 생각을 말할 때 더 공감을 얻고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처럼요. 우리의 교장선생님들께서도 단지 '전교조'라는 단체만 보실 게 아니라, 아이들에 대한 교실밖교육을 끌어안아서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존감을 심어주려고 하신다면 어떨까 싶습니다. 수능점수도 중요하고 면접과 논술도 중요합니다. 저는 제 역량이 되는 한, 그 모든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쏟아줄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바란다면 살아가는 교육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 것입니다. 과거의 선배들이 이랬다는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하고, 그 속에 담긴 정신을 되새기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때문에 학생의 날 행사를 교장선생님께서 주도하신다면 어떨까 하는 것이죠. 사탕이 몸에 좋지 않거나, 교육부에서 하라는 공문이 없기에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은 잊고서 말입니다.(하지 말라는 공문이라도 왔으면 좋았을 것을, 생각해봅니다.) (먹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더 먹고 싶은 것이 금단의 열매가 아닐른지...)

*오늘 우리반 아이들이 가장 많이 질문한 내용은 'OO대학 어때요? 점수는요? 인지도는요?'입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이 세계 100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그래도 명문대가 있고 허접대가 있고, 서울대가 있고 지방대가 있고.... 아이들에게 점수별로 '넌, 갈 수 있겠다'라고 하면 기분이 좋을까요?. '넌, 안되니까 그냥 점수 나오는 걸 봐서 선택해라.'는 식의 말을 하면 좋은 진로지도가 되는 건가요?

*어떤 대학에 입학했다고 하더라도 그 대학에서 열심히하면 대학교수가 인정해주고, 대학교수가 추천하면 사회가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배운 학문에 자부심이 없고서야, 학교 이름만 따라가는 교육이 되어서야 쓰겠습니까. 점수는 자부심이 될 수 없습니다. 적어도 1년 이상은 가지 않습니다. 그 이후의 삶에 대한 자부심은 생각하는 법, 고마워하는 법, 행동하는 법을 아는 데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