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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수능 이후-

올레 2006. 10. 30. 17:57
요즘따라 겁난다.
수능이후 재미있는 일도 많고, 할일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겁이 난다.
아이들도 변했고, 학교분위기도 변했다. 변하지 않은 것은 교육부와 교육청뿐이다.

"수능 이후 고3수업 정상화"라는 제목으로 공문이 네차례나 내려왔다고. 그만큼 중요한 사안임을 알고 잘 시행해나가자고. 고3 담임을 너무 오래했나보다. 교장, 교감선생님의 말씀이 왠지 뜬구름 같은 이유는 무얼까? 2002년 이후로 고3의 수능이후 수업이 제대로(이 단어의 뜻이 교육과정의 이수이며, 1-2학년과 같은 생활방식을 뜻하는 것이라면) 이루어진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늘 고3담임들은 아이들을 달래고 어르면서 출석을 요구하고 출석조차 필요없다는 아이들을 이끌어낼 방법으로 다양한 체험학습과 견학학습을 준비한다.(고육지책이라던가?) 3학년 체육대회를 따로 준비하기도 한다. 애들이 피곤하겠다고? 아니, 오히려 펄펄 살아난다. 잘되든 안되든 줄곧 책만 파던 아이들에게 그나마 여기저기 마실가고 몸을 움직일 꺼리를 준다면 애들은 기꺼이 한다. 좀 수동적이다 싶을 정도로 계획에 잘 따른다.(물론 100%의 만족은 없다. 그중에서도 불만을 토로하거나 불참하거나 뻣대는(?) 아이는 있다. 그래도 많은 아이들이 좋아한다.)

그런데 이제 다시 고3 수업의 정상화를 이루랜다. 교과서를 보라는 말이다.(음- 아이들에게 교과서 버리지 말라고 해야겠군.) 교과와 연관된 다른 공부도 된다고 했다. 고사성어 300단어를 뽑았다. 이야기와 함께 아이들에게 읽기 자료로 나간다. 그래도 아이들은 지루해할 것 같다. 영화와 비디오는 안된다. 시간죽이기용이기 때문이란다.

고3수업의 정상화를 위해서 해야할 일.
교육부 높으신 분들이 학교에서 1주일간 지내보면 된다. 하루는 꾸며낼 수 있다. 그거- 장학관이 오면 청소하고 인사하고 칠판에 수업목표쓰고.... 그러는 것보다 실제로 암행이라도 나와라. 나와서 서류만 보지 말고 제발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로 변해가는지 살펴봐라. 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이끌면서 아이들로부터는 '학원'과 비교당하고 학부모들로부터는 '선생'이 애들 관리를 어떻게 해서 이렇게 만드냐는 말을 듣고 스스로는 '입시공부만 시키는' 기계처럼 변해가는 자신에게 모멸감까지 느끼면서 생활하는 고3 담임의 하루를 경험하라. 그럼 된다. 멀리 교육과정정상화까지 바라지 않는다. 수능의 성격교정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교육부가 자기네 일한다는 핑계꺼리를 만들려고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 6교시까지 교육정상화라는 말을 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공부에 찌들었던 아이들이 그동안 소원했을 수도 있는 반 친구들과 체험활동을 하는 것이 왜 비교육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교육은 책에서만 배우는 것인가? 그렇다면 책을 읽고 스스로 독학해서 배우는 것은 교육적인가 비교육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