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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이의 시::.

허수경 - 탈상

올레 2006. 10. 28. 16:53

내일은 탈상
오늘은 고추모를 옮긴다

홀아비 꽃대 우거진 산기슭에서
바람이 내려와
어린 모를 흔들 때

막 옮기기 끝낸 고추밭에
편편이 몸을 누인 슬픔이
아랫도리 서로 묶으며
고추모 사이로 쓰러진다.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남녘 땅 고추밭
햇빛에 몸을 말릴 적
떠난 사람 자리가 썩는다
붉은 고추가 익는다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교실에 들어가보지 못했더니 아이들이 내가 화가 나서 오지 않는 것이라 오해를 하더라.
가끔 오던 사람도 정작 보이지 않으면 생각해보는 것이 사람살이겠지.
내일은 슬픔에서 벗어나야겠다. 이 자리, 햇볕에 잘 말리고 슬픔일랑 거름으로 주고..
아이들을 봐야지. 아이들이 저렇게 자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