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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감독의 스타일은 아마도 글쓰기에서 시작한 서술성, 혹은 생략시켜 문장으로만(영화에서는 장면으로만) 나타나는 압축성은 아닐까? 때문에서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 이야기가 장진스타일이 된다고 본다.
재미있는 영화를 본다고 찾아간 곳에서 '라디오스타'와 '거룩한 계보' '가을로'를 두고 고민하다가 '거룩'함을 선택했다.  '라디오스타'는 좀 아껴두고 싶었고, '가을로'는 일종의 뻔함으로 드러날까봐 두려워서였다.
'거룩한 계보'를 단순하게 장진이 만들었다고 생각하고서 접근하는 게 편했나보다. 장진식 '계보'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고 영화를 따라갔다. 정재영이 돋보이고, 대사가 들리고, 정순탄과 김주중이 보이더라. 정재영은 지극히 '정재영다움'으로 영화를 이끌었고 정순탄(류승용)과 김주중(정준호)과 여일(장영남)은 매우 뛰어난 조연으로 보였다.


영화속에서 잠시 현실로 나왔던 때는 김주중의 연기가 정준호식이 되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했을 때, 다시말해 투사부일체류의 연기가 보일까 싶어서 걱정했을 때 뿐이었다. 하지만 정준호는 실제로 너무나 도두라지지도 너무나 묻히지도 않으면서 제 역할을 했고, 정재영의 연기도 그를 묻어버리지 않았다. 이야기 구조에서 김주중은 확실한 조연이다. 그래도 살아남은 것은 그의 연기와 인지도 덕분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영화는 여기 있는 포스터와는 좀 다르다. 정재영과 정준호의 대립은 서로에 대한 연민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대립'은 남성적 스타일-장진식 표현으로 하자면 수컷냄새를 내려는-의 일종일 뿐, 오히려 빗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에서는 애틋함이 더 강했다. 포스터에서는 두 사람의 구도(깡패-회사원)를 강조하려는 것 같지만 오히려 류승용과 함께하는 모양새가 좋다. 류승용의 모습이 없는 것은 어딘가 허전하다.
이들의 담배와 넥타이는 사회적 해석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깡패 동치성에게 담배란 인생이며 삶이며 죽음이며 친구다. 그리고 김주중의 넥타이는 사회적 지탄을 받는 깡패에서 벗어나 인정받는 회사원으로서의 모습을 상징한다. 물론, 김주중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그들에게 친부모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정도로 매정함이 필요한 존재이고, 친구라고해도 온갖 욕설을 시원하게 뱉어버리는 대상일 뿐이다.
글쎄. 이 장면은....
어설프고도 헛된 소망쯤으로 비춰지는 탈옥을 생각했더랬다. 그러나- 언제나 삶의 모습은 내가 부딪치는 벽에만 흔적이 남는 것은 아니잖는가. 무력으로 육체로 들이대는(!) 동치성과 그의 무리들보다는 한없이 연약한 풀꽃하나가 교도소 벽담을 무너뜨릴 수도 있음을(너무도 빤히 보이는 설정이긴 해도-) 보여준 장면이다. 떨어지는 비행기를 보면서 우리 모두는 성공이든 우연이든 비행기라는 큰 무게로 교도소벽이 무너지길 기대했을 것이다. (풋- 그 상상의 빈곤이란! 아니, 얼마나 현실에 충실한 상상인가! 훗~)
영화의 계보는 분명하다. 그러나 무엇이 거룩한 계보인지. - 사랑과 우정이라고 썼지만 '사랑과 우정 그리고 평화'인가? 그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데  현재형인지, 회복형인지, 미래 추구형인지는 더욱 모르는게 당연하겠다. 이 부분에서만 장진식 열린 해석을 던져둔 영화라고 생각하기엔 참, 버거운 영화이다. 어떤 사회적 의미를 읽어내거나 패러디를 부여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지만 사실 그의 영화는 읽어들일만큼 많은 힌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하게 감상할 만치 가볍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