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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고3의 교실

올레 2006. 10. 20. 11:31

*고3 교실에서 수업이 안되는 이유.
-수능공부만 하기에는 재미가 없다. 지친다. 모의고사를 6개월 이상 계속한다고 생각해봐라.
-수능공부를 하지 않기에는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다. 수능시험을 보고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숫자로) 단계지어지기를 바란다.
-아니면, 졸라 공부해서 버릇없든 있든 공부만 잘해서(이런 싸가지 없는 녀석을 올해 처음 봤을 때의 느낌... 더러웠다) 수시 1학기 합격증을 받아들고 학교를 취미삼아 등교하든가.
-그러니, 고3은 미친 놈들이다.

고3담임도 미쳤다.
양심과 정의를 가르치는 일이 학생의 인생을 그르치는 일이 되었다. 쓰레기를 줍는 일은 버린 애가 할일이 아니라, 돈받고 일하는 학교급사가 해야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마당에, 선생이 단지 선생이라는 이유로 옛날처럼 권위를 부여받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따져야 할 일은 선생과 학생 사이의 권위적 질서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인격적 질서이며, 지켜야 할 건 '교권'(선생만의)이 아닌 '인권'(선생과 학생의)이다. 그런데 수요자의 요구에 부합되는 교육서비스에 있어서는 교육을 제공하는 교사의 권리는 있을 수 없다. 물건을 많이 팔아야지. 손님을 골라 팔 수야 있겠는가?ㅋㅋ 고3담임은 돈받고 가르치기만 하면 된다. 인권은 없고 교권은 전근대적 유물이며 그래서 이왕이면 학원의 스타강사가 더 마음 편한 것이다.

#수시합격생을 뽑은 대학들이여. 이 아이들을 등록금 기계로, 너희들의 학사운영비 조달청쯤으로 생각하지 말고 제발 비전을 제시해라. 자신이 이 사회의 추악한 교육경제구조의 한 부분으로 전락하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저 아이들이 그래도 뭔가 배우고 뭔가 익혀서 살아가야하지 않나?
제발 도와주라. 우리? 그래, 우리도 졸라 미쳤다. 수시합격생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만 한다. 우리는 대학합격증을 들이대는 아이들에게 너무 약하다. 교권은 없고 학생의 인권이 소중하니까.
이노무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