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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너는 어떻게 할래?

올레 2006. 10. 20. 00:23

(무표정한 표정) '내 앞에서 새치기 하는 어른 있어. 어떻게 할래?'
(굳은 표정) '여기에 줄이 있으니까, 차례를 지켜달라고 할 겁니다. 정중하게'
(못미더운 표정) '정말?'
(다소 흔들리며) '예'
(입꼬리를 올리며) '스물 여섯 살 정도의 청년이야. 그래도?'
(자신없이..) '..예'
(웃으면서) '그래. 꼭 그렇게 해라'
-아이는 내용을 노트에 토씨하나 빠질세라 다 적는다.

아이들 수시면접을 준비하다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이라기보다 이 세상의 어른으로 나는 애들에게 뭘 가르친 걸까?
당연한 행동양식을 확인하고 있다니...

참 어리석었다.
수업시간에 그래도 많은 내용을 읽고 말을 해나가다보면 아이들이 배우고 익히리라 생각했으니까.

아이들은 백과사전식으로 외워야할 것과 그냥 지나쳐도 될 것을 구분해 주기만 하면 정말 잘 외운다. 그게 자신이 체화해야할 양식이라고 할지라도 외운다. 행동으로 안나오면? 그게 뭐?

복도에서 녀석에게 웃으면서 '새치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할거야?'라고 했더니 '그냥, 큰 피해가 없으면 모른 척하는 거 아닌가요?'한다. '그럼, 아까는?' '그건, 면접이잖아요'

지식기반사회라는 게, 이런 건가? 모든 행동과 생활규범을 지식처럼 외우는 거.
그래서?
틀리면 그걸로 끝이지. 점수를 고칠 수는 없잖아.
그래서 애들도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더라도 그냥 점수 몇점 잃은 것으로 생각하지. 고쳐서 바로잡을 생각보다는.....난, 이런 아이들을 만들어낸거다. 내가 나쁜 X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