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다른이의 시::.

최승호 - 거울

올레 2006. 9. 28. 16:05
거울을 볼 때마다
점점 젊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요귀妖鬼지 사람이랴

거울공장 노동자들은
늘 남의 거울을 만들어놓고
거울 뒤편에서 주물呪物처럼 늙는다

구리거울을 만들던 어느 먼 시절의 남자를
훤히 비추던 보름달이
곰팡이도
녹도
이끼도 없이
빌딩 모서리 스모그 위로 솟고 있을 때

문득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다가
껄껄껄 웃을 만큼
낙천적인 해골은 누구인가?
*2004. 올해의 좋은 시.


# 시험보는 아이들 사이에 혼자 우두커니 서있는 거울을 보다가 직전에 가르친 '경설'을 생각하다.거울을 보면서 껄껄 웃을 수 있을 만큼의 배포는 없는 게 맞다. 싱긋 웃어보았더니 어색하다. 다른 사람들도 이리 어색하게 보는가? 웃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낙천적 해골이라....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