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침묻힌 연필로 진하게 눌러썼던 어릴 때의 숙제처럼, 일기를 쓰고 싶었다. 첫째는 가볍게 날아가는 하루를 잡고 싶어서고 둘째는 인연의 길 가운데 서 있는데도 앞이 보이지 않는, 어쩌면 막막하면서도 서러운 기분 때문이고 셋째는 너무나 오랫동안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그 중에서 두 번째의 이유에 해석을 붙여본다면, "시정잡배에겐 분노가 많으니 용서도 많다"는 시인의 말을 따르면 나는 시정잡배다. 그것도 "서늘한 바위절벽에 매달려 있는 빨갛게 녹슨 철제 계단 같은 놈들, 제대로 매달리지도, 끊어져 떨어지지도 못하는 사랑이나 하는 놈들, 사연 많은 놈들"처럼 한심한 놈이다. 가진게 없고 가질게 없으니, 스스로가 별로 대단할게 없음을 알기에 단단한 놈인척해도 "워낙 쉽게 무너지는 놈"이다. 그러면..
내 생활::.
2007. 5. 10. 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