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명맥을 잇다..
장마철이라 끈적거리는 느낌을 지우려고 쪽방 물건들 틈에서 선풍기를 꺼냈다. 먼지 먹지 말라고 케이스까지 잘 입혀놓은 나의 뜻밖의 섬세함에 뿌듯해 하면서.. 케이스 벗기고 수건으로 한번 훔치고 잘 세웠다. 정말 잘 세웠다. 근 데 . . 똑.... . . 부.러.졌.다. 선풍기의 모가지가.. 선혈이 낭자하지는 않았으나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랐다. 弔扇風-을 읊어야하는지.. 새로운 식구를 맞아야 하는지.. 집에 오는 길에 보았던 온갖 자태의 선풍기들이 아른거렸다. 그래, 이제 인연이 다했나보다. 부디 잘가라. 영면하길.. 바닥에 눕힐 수 밖에 없는 형태인지라, 보면서 불쌍타 생각하는 중에 나의 무슨 심보가 동했는지. 죽은 놈 한 번 흔들어본다는 말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1단 버튼을 살짝 눌러보았다..
내 생활::.
2007. 7. 2. 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