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정 - 움푹 패인 길
성난 빗물이 지나간 곳이, 알 수 없는 환부를 지닌 채 흘러가지 못하고 머뭇거린 곳이, 길이 되기도 한다 웅덩이에 빠진 바퀴를 빼려고 몇 번이나 부르릉거리며 바퀴를 돌려도 헛돌며 웅덩이는 더 깊이 패이는 것처럼 가슴 그 어디쯤에도 길이 패이고 웅덩이가 깊어지는 곳이 있다 이 깊게 패인 곳에 머무는 머뭇거린 마음이 길이 되기도 한다 성난 빗물만 살고 있다는 그대의 가슴에 닿고 싶어서 아픈 내 눈은 그대에게로 넘쳐흘러 갔지만 한번도 그대의 가슴 쪽에 이르지 못해 내 가슴 오래 아팠던 것처럼 오래 앓아 누웠던 시간이 길이 되기도 한다 서로가 알 수 없는 환부를 지닌 채 잠든 마음의 이마를 짚어보며 희고 찬 물수건을 얹어 주고 가는 느리고 따뜻한 손길이 서로에게 고요한 길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가슴 한 쪽이 ..
다른이의 시::.
2007. 6. 21. 08:31